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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참상을 풍부한 상징적 이미지와 함께 고발하는 문제적 영화. 이란 이라크 전쟁의 살상이 이루어 졌던 바로 그 곳, 대지에 까마귀 떼가 몰려온다. 수확기의 피해를 우려한 지주 미란(Miran)은 그의 밑에서 일하는 하마(Hama) 에게 대책을 주문한다. 하마는 허수아비를 만들어 대지에 세우기도 하고, 가난한 집 아이들을 동원하여 까마귀 떼를 쫓아보기도 한다. 지주는 군인들을 동원해 까마귀를 향해 총을 쏘아보기도 하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다. 까마귀 떼를 쫓던 아이가 지뢰를 밟아 사망하자 주민들의 원성도 점점 높아간다. 더구나, 미란이 곡식을 채울 창고가 부족하자 마을사람들로 하여금 집을 비우게 하자 갈등은 극에 달한다. 이제 대지는 죽음과 탐욕의 공간으로 변해간다. 그리고, 마을 사람들이 모두 떠나 간 뒤 그 곳은 허수아비들이 차지한다.

허수아비는 쿠르드 족에게는 비를 내리게 하는 ‘비의 신부(Rain Bride)’의 형상물이기도 하다. 하지만, 인간의 탐욕은 허수아비를 좀비처럼 변화시켜 버린다. 살육과 탐욕이 인간의 정신세계를 황폐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감독 하싼 알리 마흐무드(Hassan Ali Mahmoud)는 심플한 스토리 라인을 풍부한 시각적 상징과 함께 전개하면서 주제 전달의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신인감독으로서는 놀라운 역량이 아닐 수 없다.

(2010년 15회 부산국제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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