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의 신나는 삶

The Exciting Life of a Tree, 1998

7.7 1998.01.01上映
미국 영어 애니메이션 7분
. 빌 플림튼의 악명 높은 고강도의 충격 요법은 우리에게도 그리 낯선 것만은 아니다. 얼치기 포르노는 저리 꺼지라고 할만큼 노골적인 섹스 장면들, 그리고 내장이 몸 밖으로 마구 쏟아져 나가고 몸뚱이가 동강나는 과격한 폭력 묘사로 넘쳐나는 '위험한' 애니메이션 <난 이상한 사람과 결혼했다>를 본 사람이라면 그의 엽기적이고 기괴한 상상력에 맹목적으로 매혹되었거나 또는 위장을 몽땅 비워버려야 시원했을 그런 심한 욕지기를 느꼈을 것이다. 그리고 고결한 모든 것에 대한 그의 철저한 증오심에 혀를 내둘렀을 것이다. 빌 플림튼, 그를 보여주마! 이 '망나니'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보여줄 수 있는 네 편의 단편들이 PiFan99를 찾았다. 그 가운데 <나무의 신나는 삶>은 가장 점잖고 '온건한' 작품이다. 그러나...
<나무의 신나는 삶>의 기발한 상상력은 시점에서 시작한다. 나무의 시점에서 본다면 삶은, 그리고 이 세상은 어떤 꼴일까? 시점은 나무의 꼭대기와 둥치 사이의 중간 쯤에 자리하고 있어서 위로 쳐다보기도 하고 아래로 굽어보기도 한다. 이 미묘한 시점을 통해서 본 이 세상은 생존과 욕망을 위한 투쟁의 장이다. 나무는 곤충, 비버, 그외 다른 야수들과 상대해야 하고, 도대체 인간이란 것들은 운우(雲雨)의 정(여기선 '수목지정樹木之情'인가?)을 나누는 데만 골몰하며 만물은 서로가 온통 적일 뿐이다. 골칫덩어리 인간들은 우리의 눈인 이 나무마저 베어버리려 하는데...
이번 영화제에 선보이는 빌 플림튼의 영화들은 모두 일정한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가는 영화가 아니라 한 가지 토픽 아래 이러저러한 에피소드들을 모아 놓은 것들이다. 스토리를 쫓아가야 한다는 괜한 부담일랑 접어두고 엉뚱하고 재밌는 매 순간들을 즐기라는 '세심한(?)' 배려인 듯.
(1999년 제3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홍성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