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업의 출발은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대한민국의 두 가지 키워드는 ‘페미니즘’과 ‘촛불혁명’ 이었다. 최순실게이트로 시작한 촛불혁명은 박근혜 정부의 퇴진과 새로운 정부 수립을 이루어 내었다. 한편 강남역 살인사건으로 촉발된 여성들의 목소리는 포스트잇/해시태그 등 여성인권운동으로 퍼져나갔다. 이를 배경에서 “미쓰 박 프로젝트 #1”은 국민이 주인 되는 촛불의 캐치프레이즈 아래 온갖 대립과 혐오가 공존하였던 아이러니한 시공간에 주목하였다.
“미쓰 박”으로 불리던 나의 어머니는 한국 전쟁 당시 서울로 피난 와 소녀가장으로 굴곡진 삶을 살아왔다. 그녀에게 “미쓰 박” 시절은 고난과 슬픔의 시간인 동시에 역경을 딛고 살아남은 승리의 시간이기도 하다. 그러나 2016년 겨울 “미쓰 박”은 멸칭으로 귀속되었다. 본 작품은 그 균열의 틈새에 모순적으로 도사리고 있는 수많은 “미쓰 박”들에 대한 망각을 거부한다. 그리고 애달프게 회상되는 어머니의 “미쓰 박”시절, 그리고 과거에도 현재에도 존재하는 수많은 “미쓰 박”들에게 귀를 기울인다.
“미쓰 박 프로젝트 #1”에서는 애니메이션 기법을 통해 하나의 의미로 기호화되지 않는 절대 다수의 “미쓰 박”들을 귀환시킨다. 오랜 시간 수작업으로 만지고 찢고 쓸고 벗겨내며 이루어진 작업 과정은 애도와 제의에 가깝다. 이는 ‘딸’, ‘언니’, ‘누나’, ‘아내’, ‘엄마’라는 이름으로 살아왔던 나의 어머니, 그리고 하나의 의미로 기호화되지 않는 무수한 여성들의 삶에 대한 헌사이자 일종의 푸닥거리이다.
(2018년 제18회 서울국제뉴미디어페스티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