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건축의 유토피아적 야망, 그리고 논쟁적인 운명 에 대한 다큐멘터리 시리즈인 <잠든 콘크리트>의 첫 번째 에피소드인 <사회주의, 자본주의를 만나다>는 아드리아 해 크르크섬에 위치한 할루도보 호텔리조트에 초점을 맞춘다. 할루도보는 전 세계 독재자들과 정치인, 미국의 주말도박꾼, 유고슬라비아의 셀러브 리티 등이 모이는 도박의 메카였으나, 현재는 쾌락주의와 평등주의가 교차하던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노스탤직한 공간일 뿐이다. 영화는 화려했던 시절과 민영화 이후의 마지막 쇠퇴기에 이르기까지 40년에 걸친 할루도보의 짧은 역사를 되짚어 본다. 건축이란 그 건물이 폐 허가 되었을 때 가장 아름다운 것이라는 말이 있다. 벌거벗은 공간의 잔인함, 몰락의 멜랑콜리함을 내재한 역사의 잔존물은 우리에게 마법을 걸어온다. 그러나 동시에 더 이상 거주자가 없는 건축물은 본래의 목적과 존재 이유를 잃어버린 것이나 다름없다.
(2018년 제10회 서울국제건축영화제)